
- 50세 한정구씨, 입문 3년만에 GT마스터즈 3위 입상
- “고속으로 코너돌때 느끼는 짜릿함, 말론 설명 못하죠”
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직업도 ‘운전’이고 취미도 ‘운전’인 남자가 있다. 22년째 서울메트로 직원으로 지하철 전동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한정구(50)씨. 그를 부르는 또 다른 타이틀은 ‘카 레이서’다. 평상시 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시속 80㎞로 몰던 그는 주말 레이싱 트랙에선 멋진 레이서 복장으로 갈아입고 시속 180㎞에 몸을 싣는다. 지난 5월에는 프로급 본격 스포츠카 레이스인 GT마스터즈에서 3위에 입상함으로써, 카 레이싱 입문 3년 만에 본격 레이서의 길에 접어들었다.
- ▲18일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운행을 앞두고 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플랫폼에 선 한정구씨.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18일 오전 서울 성수동 기지에서 만난 한정구씨는 뜻밖에도 너무나 조용한 남자였다. 키 168㎝·몸무게 58㎏의 작은 체구, 느린 걸음…. 그는 지하철 기관사 일을 택한 동기를 궁금해 하자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나 혼자 조용히 일할 수 있어서…”라고 자분자분한 말씨로 말했다.
그러나 “레이싱 카를 몰고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느껴지는 횡G(옆방향 가속도·코너링에서 느껴지는 원심력)의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할 때 그의 눈에선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운전’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군대에서까지도 기갑병으로 배치받아 탱크를 몰았다. 제대 후엔 1993년, 거의 공짜로 인수한 중고 ‘포니 투’를 몰면서 운전을 시작했고 1996년도 티뷰론, 2001년 투스카니 등 스포티한 모델의 자동차가 나오는 족족 바꿔 타 ‘자동차 마니아’로도 유명해졌다. 그는 “운전을 하려면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드라이빙 스쿨에 등록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2004년 레이싱에 입문한 한씨는 클릭스피드페스티벌에서 클릭 종목에 1년간 출전하다가 2000cc급 엔진을 탑재한 쎄라토 승용차로 스피드를 겨루는 쎄라토클래스로 바꿔 매달 출전 중이다. 지하철·스포츠카를 넘나들며 운전대를 잡는 그가 한 달에 달리는 거리는 4000㎞가 넘는다.
-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쎄라토클래스에 출전한 한정구씨. 한정구씨 제공
올해 나이 50세이다 보니 카레이서들 사이에서도 그는 ‘큰형님’으로 통한다. 2005년 신설된 ‘쎄라토 클래스’의 최고령 선수다. 카 레이싱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그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어떤 운전이 위험한지 너무 잘 아니까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땐 훨씬 얌전해졌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순발력도 더 많아지고요. 스키 타다 다친 적은 있어도 레이싱하다 다친 적은 없어요. ”
아내도 처음엔 반대하다가 이제는 응원해 준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20~30대 젊은이들과 어울려 다녀서 그런지 정말 젊어졌고, 그래서 집사람이 더 좋아합니다.” 스피드를 즐기는 이 ‘젊은 중년’은 마야의 ‘나를 외치다’를 휴대폰 컬러링으로 쓰고 있다. 젊게 살아서인지 그의 외모는 40대로 보일 정도다. 서울메트로 사보(社報)에도 소개되는 바람에 직장에서 한씨는 유명 인사다. 목표를 묻자 그는 “국내 레이싱 대회에서 1등을 딴 뒤 세계대회에 나가 보는 것이 꿈”이라며 또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 2007년 6일 18일 지하철 기관사 한정구씨가 자신의 카레이서로서의 활동을 성수역에서 설명하고있다. /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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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19/2007061900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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